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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 시네마

소울, 힐링영화 삶의 의미를 알 수 없을 때

by 룰라s 2022. 11. 5.

 

"불꽃은 영혼의 목적이 아니야!"
“A spark isn’t a soul’s purpose!"

 

1. 영화 '소울'에 대하여

 

이 영화를 보자마자 든 생각은 '픽사가 제대로 일냈다!'는 사실이었다.

픽사 영화들은 마냥 예쁘기만 한 걸 만들어내기 보단 좀 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깊이있는 이야기를 담아왔다. 픽사의 그런 행보가 이번 영화를 만들어낸 건 아닐까 생각한다.

 

<소울>의 주인공은 흑인 남자인 조 가드너로, 학교에서 파트타임 음악 강사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먹고 살기 위해서 하고 있는 일에 가깝고 원래는 재즈 피아니스트에 대한 꿈을 갖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재즈를 사랑한 아버지를 따라 재즈 클럽을 다녀오고 나서 재즈와 피아노에 대한 열정을 품고 살아왔던 조 가드너는, 제대로 된 데뷔도 해보지 못하고 학교에서 정규직 제의를 받게 된다.

 

정규직이냐 꿈이냐의 기로에 서 있을 때, 재즈 뮤지션인 도로시아 윌리엄스 밴드의 드럼을 맡고 있는 제자의 제안으로 피아노 자리 오디션을 보게 되고, 이후 정식으로 합동 공연 약속까지 잡게 된다. 40년 동안 묵혀온 꿈이 드디어 현실이 되는가 싶던 그 날, 그는 갑작스런 사고를 당하게 된다.

 

이후 사후세계에 와놓고도 자신의 처지를 인정하지 못하던 조 가드너는 자신의 몸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길을 잘못 들어선다. 그러다 곧 태어나기 전 영혼들이 모여있는 유세미나가 있는 공간으로 흘러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태어나고 싶지 않은 22호 영혼을 만나게 된다.

 

유세미나에서는 영혼들에게 각자 삶의 불꽃을 찾아주기 위해서 멘토를 붙여준다. 불꽃이라고 표현되어 있고, 원문에서는 'spark'라고 한다. 영화 설정으로는 영혼들이 지구로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찾아야 하는 '무언가'가 된다. 인생을 살아가게 하는 삶의 발화장치라고 할 수 있는데, 22호는 오랜 시간동안 바로 이 불꽃을 찾지 못해 유세미나에 머물고 있던 영혼이었다.

 

22호는 태어나고 싶지 않았고, 조 가드너는 반드시 지구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22호의 불꽃을 찾아줄 때 갖게 되는 통행권으로 조 가드너를 다시 지구로 돌려보내기로 한다. 이 영화는 각자 목적이 분명한 두 사람이 합심하여 22호의 불꽃을 찾아주는 것과 동시에 조 가드너가 지구로 돌아가기 위해서 생기는 여러 사건들로 이루어져 있다.

 

 

2. 삶의 의미에 대하여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우리는 살다 보니 살아진다는 말로 그냥저냥 살아가기도 한다. 그러다보면 내가 정말 잘 살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남들이 다 사는대로 직장을 나가고 퇴근을 하고 밥을 먹고 가족이나 아이가 있으면 아이를 돌보면서 사는 삶에 문득 의미가 없다고 느낄 때가 오기도 한다. 지금까지 정말 많은 유튜브 영상이나 자기계발에 관련된 영상을 봤지만 예전에는 삶에 큰 의미가 있어야 한다는 식으로 동기부여를 하는 영상과 책이 정말로 많았다. 남들처럼 살아서는 안되고, 어떤 분명한 목적이 있어야하며, 내가 살아갈 때 붙들고 가야하는 분명한 열정이 있어야 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유튜브 영상이나 책들이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는 자기수용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소울은 요즘 매체들이 쏟아내고 있는 자기수용에 대해서 한 발 더 나아간 주제를 다루고 있다. 어찌보면 삶에 대해서 아주 묵직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주제를 갖고 있는데, 그걸 굉장히 세련되게 풀어냈다. 아이들이 보고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손쉽고 흥미롭게 이야기를 풀어낸 것은 물론이고 어른들이 볼 땐 지금까지 갖고 있던 삶의 의미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만든다.

 

삶의 의미라는 건 그렇게 거창해야 하는가? 이 영화는 삶의 의미에 대해서 불꽃이라는 표현을 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불꽃이 무조건 열정이나 아주 특별한 무언가일 필요가 없다는 것에 있다. 조 가드너는 평생 자신의 삶의 의미이자 불꽃을 재즈와 피아노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다. 자기계발서와 성공한 사람들이 으레 말하듯이 조 가드너도 22호에게 아주 특별한 어떤 주제를 열정으로 삼고 살아가라고 말하고 그걸 찾게 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하지만 22호가 정말로 삶의 의미를 찾은 건 그다지 거창한 게 아니었다.

불꽃은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건 삶을 살고자 할 준비가 되어 있을 때 채워질 뿐이다.

 

지금은 돌아가신 신해철씨께서 이렇게 말한 바가 있다.

 

 

"우리 인생의 목적은 태어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다 했습니다.
그러니 나머지 인생은 보너스 게임입니다.
그동안 신께서는 여러분들이 행복하기를 바라십니다."

 

 

남들은 성공하려면 어제와 오늘처럼 살아선 안 된다는 말을 많이 한다. 챗바퀴처럼 굴러가는 인생은 그다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처럼 말할 때가 많다. 그럴 때면 내가 잘못된 삶인 것처럼 부정당하는 기분마저 들때가 있다. 가장 안타까운 점은 스스로도 자신의 현재 인생에 대해서 어떤 가치를 찾아내지 못하고 지금의 내 인생이 얼마나 반짝이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는 점에 있다. 그런 점에서 신해철씨의 말과 소울에서 말하는 주제는 동일하다.

 

삶의 의미는 특별하지 않아도 좋다는 것이다.

우리 인생은 이미 태어난 것으로 그 목적을 다 했으므로 오늘의 일상을 즐기며 행복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게 당신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것인가.

당신에겐 어떤 물음으로 남는가?

 

 

3. 소울에 대한 평점

 

난 지금까지 쓴 모든 글에서 영화의 평점을 매겨왔지만 소울에는 매기고 싶지 않다.

대체 그 누가 우리의 인생에 대해 원론을 말하는 영화에 평점을 매길 수 있겠는가.

이 영화는 이미 높은 완성도를 지녔고, 주제의식이 분명하다. 이 영화는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아주 분명하게 느낄 수 있도록 영화를 보는 내내 여러 장치들을 만들어 두었다. 그 장면마다 우리는 계속해서 이 영화가 하는 말을 몇 번이고 반복하게 된다.

 

"지금이 행복하지 않다면 행복할 선택을 하도록 해."

"그게 비록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훌륭한 인생이 아니어도 돼."

"인생의 목적은 네가 행복해지기 위함이야. 굳이 성공하거나 남들처럼 살지 않아도 돼."

 

그렇게 메세지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받다보면 결국 어디로 돌아가게 되는가?

 

바로 '나 자신'이다.

 

오늘의 하루를 사는 나 자신.

 

이 세상은 내가 존재함으로 인해 존재하는 것이라 하였다. 내가 없으면 이 세상은 존재하든 말든 의미가 없어진다.

그러니 오늘 하루를 살며 이 세상을 존재하게 만드는 나라는 존재가 행복해야한다.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지를 생각해보는 것이 좋다. 남들처럼 아등바등 살지 않아도 좋고, 무조건 열심히 살아야 할 필요도 없다. 다만 행복하기 위해서 노력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행복해지기 위한 노력은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다. 당장 아침 일찍 하늘을 바라보면 행복해 질 수 있고, 아이스크림을 먹거나 좋아하는 메뉴를 고르며 행복해질 수 있다.

 

중요한 건 그 순간을 놓치지 않는 것에 있다.

당신이 행복해질 그 순간에 충실하게 살라고 말하는 영화를 두고, 나는 감히 그 순간에 대한 값을 매길 수가 없다.

 

당신이 위안이 너무 필요하다면 이 영화를 부디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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