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당신이 써니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
당신이 써니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어른이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자라고 어른이 된다. 더는 어리광을 부릴 수 없고 학창시절에 평생 갈 줄 알았던 친구와 여전히 연락하는 사람보다 연락하지 않고 있는 사람이 훨씬 많을 것이다. 게다가 연락만 할 뿐, 친한친구보다는 동창으로 남아버린 사이가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웬만하면 그 인연을 놓지 않곤 한다. 그 친구의 연락처가 나에게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어린 날에 반짝 거렸던 날을 떠올리기 더 쉽기 때문이다. 연락처만 있을 뿐인데도 그 친구와 연락 한 번 하면 그 어린 날로 돌아갈 것 같이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다.
이 영화 속 여자주인공인 나미는 결혼을 하고 아이가 사춘기가 올 쯤에야 동창 친구를 다시 만나게 된다. 잘 나가는 남편과 예쁜 딸을 두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부족함을 느끼던 삶을 살던 나미는 과거 '써니짱'이었던 춘화와 마주치게 되면서 다시 과거 '써니' 멤버들을 찾아 나서게 된다. 가족만이 세상이었던 나미의 일상은 춘화와의 재회만으로도 다시금 넓어지게 된다. 추억 속 친구들을 찾아나서며 나미는 과거 그 시절 속 눈부시고 서툴렀던 자신과 다시 재회하고 친구들과의 우정을 되새기게 된다.
우리도 살다보니 정말 친했는데 연락이 끊겼던 동창친구들이 궁금할 때가 있다. 내가 가장 나다웠고, 가장 철없었으며 그렇게 살아도 됐었던 시절이 바로 학창시절이다. 그 시절을 함께 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살다가 문득 그 친구들의 안부가 궁금해지게 된다. 하지만 나미는 동창친구들을 다시 찾으면서 현실에 짓눌려 사는 친구들을 마주하게 된다. 나미는 그나마 잘 나가는 남편을 만나서 중산층 이상의 삶을 살고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친구들은 돈이 많고 부유하기 보다는 가난하게 살거나 불행하게 살고 있었다.
그런 친구들을 만날 때의 나미의 태도를 보며 난 왜 나미가 이 영화의 주인공인지 알 수 있었다. 나미는 다정한 사람이었고, 현재 상황만으로 상대를 판단하지 않는 상냥함이 있었다. 그리고 이런 성격은 아주 어릴적부터 있었던 나미의 천성이었다. 회상 장면을 보다보면 누구와도 깊게 친해지지 않고 선을 긋는 같은 반 친구가 나온다. 얼마나 예쁜지 잡지모델까지 하며 데뷔를 하던 그 친구는 사실 복잡한 가정사를 갖고 있었고 그것 때문에 남들과 벽을 치고 외롭게 살고 있었다. 그런 친구의 마음을 열었던 게 바로 나미였다. 다투면서도 친구의 아픔에 같이 눈물을 흘려주던 나미는 25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다른 동창 친구들이 힘들게 살고 있는 상황에도 동일하게 눈물을 흘리고 진심으로 마음 아파 한다.
그런 나미를 보면서 나는 참 위로가 많이 되었다. 내가 남들에게 떳떳하게 살지 못하고 있는 순간에 다시 재회하더라도 나를 있는 그대로 좋아해주고 안아주는 친구가 있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해준다. 그런 간접적인 경험만으로도 이 영화는 기분을 좋게 해주었다. 그러니 당신도 이 영화를 보다보면, 써니를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2. 10년이 지나도 추천하는 가족영화
10년 전에 이 영화를 봤을 때도 그렇지만, 10년이 지나도 난 이 영화를 가족영화로서 추천한다. 10년전에 봤을 땐 나보다 10살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어울릴법한 이야기이긴 했는데 지금 내가 벌써 그 나이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 나보다 10살은 어린 사람도 결국 10년만 지나면 나처럼 이 영화가 추억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의 배경이 80년대생 이전 출생들에 맞춰져 있다보니 더 나이가 든 분들이 보아도 충분할 것이다.
이 영화는 단순히 나미만의 이야기로 진행되진 않는다. 남편의 등장은 없이 오로지 나미와 나미친구들, 그리고 나미의 하나뿐인 딸에 관한 이야기로 흘러간다. 추억 회상 장면도 있지만 감명 깊었던 건 나미가 처음으로 자기 딸이 왜 그렇게 힘들어하는지 이유를 알게 됐을 때였다. 나미는 순진하다 싶을 정도로 순한 사람이었다. 학창시절에 괴롭힘도 심하게 당한 적이 없었다는 걸 회상 장면으로 알 수 있다. 그렇다보니 자기의 딸이 그런 괴롭힘을 당하게 될 수 있다는 걸 생각해 본 적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부유하고 공부도 잘 하는 나미의 딸은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제대로 당하고 있었다. 그걸 알게 된 나미와 다시 만나게 된 나미 친구들은 나미의 딸을 괴롭히는 친구들과 제대로 싸우고 만다. 나이를 먹을만큼 먹은 아줌마들이 자식 또래의 아이들과 싸워서 경찰서에 가게 되는 것은 보통의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누구나 자기 자식을 괴롭히는 아이들이 있다면 그렇게 해서라도 혼을 내주고 싶단 상상을 해봤을 것이다. 혹은 자기가 지금 그렇게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면 부모님이 그렇게 혼내주셨으면 하는 생각을 할수도 있다. 이 영화는 그런 순간을 아주 유쾌하게 풀어냈다. 결국 그 상황을 통해서 부모에게 이해받지 못한다 생각하고 외로워하던 나미의 딸은 나미와 화해를 하게 되고 나미도 자기 딸과 더욱 가까워지게 된다.
이런 장면들이 나오다보니 청소년 자녀가 있다면 이 영화를 같이 보아도 재밌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게다가 써니 영화 속 회상 장면들은 그 시대의 배경을 보여주긴 하지만, 결국 인간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문제와 상황은 결국 인간관계다보니 공감할만한 상황들이 많이 나온다. 그걸 재밌게 풀어낸 부분이 있어서 가족들이 보기 좋다.
3. 주의하면 좋은 점
이 영화는 다 좋은데, 특정 등장인물이 나올 때 조금 어두워지는 부분이 있다. 주연은 아니고 조연으로 등장하는 학생이며 회상 장면에 나온다. 이 친구는 딱봐도 좋지 못한 가정환경 속에서 지내고 있고 학교에서도 선생님에게 문제아로 다뤄지고 있었다. 이 친구로 인해서 마지막 부분에는 놀랄 수 있을 만한 장면이 생기게 된다. 이럴 때 어른만 보고 있다면 상관없는데 초등학생처럼 어린 아이들이 보면 조금 놀랄 수 있고, 중학생 이상의 자녀와 함께 보고 있다면 그 장면에 대해서는 어른으로서 조언이 필요할 것이다.
이 영화가 전체관람가가 아니라 15세 이상 관람가라는 것을 기억하는 게 좋겠다.
다만 이 부분에 있어서는 오히려 자녀와 대화할 수 있는 이야기 주제를 주는 걸로도 볼 수 있으므로 얼마든지 더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다. 다만 보호자라면 이런 내용이 있음을 인지하고 있음이 좋다는 말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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